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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이 타는 것 같다. 누가 베들레헴의 우물에 가서 물을
떠다 주었으면….”정오의 태양이 머리 위에 이글거리고
피로와 갈증으로 탈진한 다윗은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 순간 다윗은 사랑하는 부하 세 명의 얼굴빛이 일순간 변하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리고 말릴 겨를도 없이 부하들은 블레셋 병사들이 겹겹이 포진하고 있는
베들레헴 마을 한복판으로 뛰어 들어갔다. 뜻하지 않은 기습에 블레셋 병사들은
놀라서 어쩔 줄 모르다가, 무기를 들고 세 침입자를 막아섰다.
그러나 부하들은 맹호처럼 블레셋 병사들을 쓰러뜨리고 돌진했다.
마침내 우물가에 다다라 그릇에 물을 가득 담아서 유유히 포위망을 뚫고 나왔다.
블레셋 사람들은 어이가 없었다.
물 한 그릇을 위해 단 세 명이 무서운 사지(死地)로 뛰어 들었단 말인가?
어쨌든 세 명의 사나이들은 무서운 투지로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워 적진을 뚫고
무사히 본대로 귀환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떠 온 베들레헴의 시원한 우물물을
자랑스럽게 다윗에게 바쳤다. 다윗은 기가 질려 말문이 막혀 버렸다.
너무 목이 말라 그냥 무심코 한 마디 말을 내뱉었을 뿐인데,
사랑하는 부하들은 그 말 한 마디에 자신들의 목숨을 건 모험을 한 것이다.
온 몸이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 헉헉거리고 있는 세 사나이들,
주위에 둘러서서 똑같이 목마른 표정으로 헐떡거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부하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윗은 갑자기 목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 솟아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그는 도저히 우물물을 마시지 못하고 땅에 쏟아 버렸다.
그리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소리쳤다. “하나님,
이건 저 때문에 자기 목숨을 건 사람들의 피가 아닙니까?
다시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겠습니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이 말씀은 리더가 갖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리더들이 종종 간과하기 쉬운 것은 생각하는 것보다 자신의 영향력이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이다.
리더는 아무렇지 않게 한 마디 말을 하지만,
뜻밖에 듣는 사람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아주 짧고 가볍게 문제점을
지적해 줬을 뿐인데, 부하들은 자신의 운명이 끝난 것처럼 기가 죽는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했을 뿐인데, 부하 스태프는 엄청난
물량과 인력을 투입해 일을 추진하기도 한다. ‘그 사람 이런 점은 문제가 있다’고
한 마디 했을 뿐인데, 그 사람은 조직 내에서 ‘보스에게 찍힌 사람’으로 왕따
당하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그 말을 하느냐이다.
리더가 갖는 영향력은 항상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 리더가 힘을 가진
존재이기에 힘이 없는 사람들은 리더의 일거수 일투족에 본능적으로 예민해 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리더는 자신의 영향력을 조심스럽게 관리해야 한다.
첫째, 리더는 모든 일에 함부로 개입해선 안 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조그만
문제를 가지고 대통령이 나서라고 요구해선 안 된다고 본다.
진정 대통령이 나라의 어른이라면 모든 일에 일일이 나서면 아무것도 안 된다.
가진 힘이 큰 사람은 그것을 함부로 휘둘러선 안 되는 법이다.
아이가 어릴 때야 부모가 어쩔 수 없이 하나에서 열까지 챙겨줘야 한다지만,
갈수록 스스로 힘으로 설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교육의 기본 자세 아닌가?
사업, 복지, 구제도 될 수 있는 대로 국민들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성숙한 나라다.
대부분의 문제들이 리더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급한 것 같아도,
조금만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저절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문제를 너무 문제화함으로써 더 큰 문제로 만들지 말라.
몰락한 재벌 그룹의 어느 회장도 모든 일에 자신이 본능적으로 판단하고
개입하는 바람에, 부하들은 아주 수동적이고 무책임한 자세를 갖게 됐다.
어떤 경영진에게도 책임을 물어 물갈이할 수 없었던 것은,
회장이 너무 모든 일에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큰 방향만 제시하고 전적으로 위임해야 책임과 보상을 구별할 수 있는데,
그게 불가능했던 것이다.
작은 것까지 자신이 장악하고 챙겨야 하는 완벽주의자는 팀의 리더가 되느니,
차라리 혼자 게임을 하는 게 나을 것이다.
둘째, 리더는 자신의 감정을 절제해야 한다. 위선자가 되라는 게 아니라
조심하라는 게다. 감정은 상황과 시간이 바뀌면 변하게 마련인데,
리더의 감정 기폭이 심하면 거기에 따라 조직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설적인 거상(巨商) 호설암(胡雪巖)은 “호랑이는 아무 데서나 성깔을
부리지 않는다”면서 능력 있는 인물일수록 자신의 감정을 잘 통제해야 함을
강조했다. “능력을 갖춘 사람은 대게 성깔이 있는 편이지만 집안에서는 절대
성깔을 부려선 안 된다.
집에서는 호랑이 같고 밖에서는 얌전한 고양이 같은 사람은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떠들거나 소란을 피우지 않으면 되지만 일단 소란을 피우면 사람들이 놀라게 된다.
평소에는 자신의 기개를 드러내지 않다가 위기가 닥쳤을 때 놀라운 능력과
지혜를 발휘하는 사람이 정말 쓸모 있는 사람이다.” 리더,
그는 정말 얼음 같은 침착함과 불같은 정열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셋째, 리더는 자신의 의사를 최대한 명확하게 전달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필자가 아는 한 보스는 부하 팀장들이 무슨 프로젝트를 갖고
가면 습관처럼 “좋아”라고 했다.
그 말이 하라는 것인 줄 알고 다들 죽어라 일을 추진하는데,
그게 요행히 잘 되면 아무 말이 없지만, 잘 안 되면 보스는 항상
“내가 언제 그 일을 하라고 했느냐?”는 식이다.
그래서 다음에 보스가 “좋아”라고 할 때는 하지 말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가,
다른 경쟁사가 그 아이템을 성공시키면 보스는 “왜 내가 하라고 했는데 안 했느냐?”
며 화를 내는 것이다. 이러니 “좋아”라는 아리송한 표현 하나로 부하 직원들은
알아서 감을 잡아야 하는 딱한 처지가 됐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것은 결국 책임지지 않으려는 보스의 비겁함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보스의 한 마디 말에 자신들의 목숨을 거는 부하 직원들을 이런
식의 모호한 의사 표시로 불안케 하는 것은 잔인한 짓이다. 정권마다 ‘어른’의
의중을 지레 짐작한 부하들이 과잉 충성해 자주 사고가 나지 않는가?
물론 함부로 쉽게 흑백 논리로 얘기하란 말은 결코 아니다.
여러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고 깊이 생각하여 결정하되, 한번 결정한 것을
전달할 때는 수정처럼 맑고 투명하게 해 주라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에 대해 리더답게 책임지는 호쾌함을 보이는 거다.
마지막으로 리더는 의도적으로 부드러운 사랑을 베풀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한없이 ‘물렁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리더인 만큼 분명한 비전을 주고
확실한 임무를 맡기며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리더는 힘을 가졌기에 그 힘을 부드러운 사랑 속에 담아야 한다.
사자는 웃기만 해도 토끼가 인상쓰는 것보다 더 무섭다.
리더는 나름대로 최대한 부드럽게 말해도 부하들은 긴장하며 듣게 마련이다.
힘있는 사람은 조용히 말해도 크게 전달된다. 괜히 인상 쓰며 무게 잡지 말고
목소리를 낮추도록 하자. 당신의 영향력을 섬세히 관리하라.
한홍 / 두란노 바이블 칼리지 학장이며 한동대 겸임교수다.
저서로 「거인들의 발자국」, 「칼과 칼집」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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