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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강의 하나님
빌립보서 4장 1-9절
장 동 수 (침례신학대학교 교수 / 신약학)
서론
빌립보서는 기쁨의 서신이다. 이는 서신 전체에 흐르고 있는 중요한 주제 중에 하나이다. 본 서신에는 "기뻐하다기쁨함께 기뻐하다"이라는 어휘가 무려 열 여섯 번(동사로 열 한 번：1:18x2; 2:17x2, 18x2, 28; 3:1; 4:4x2, 10; 명사로 다섯 번：1:4, 25; 2:2, 29; 4:1)이나 나오면서 그 빈도수가 바울 서신 중에서 가장 높다(고린도 후서13번; 로마서7번).
본고는 기쁨의 서신인 빌립보서의 결론부분이 시작되는 4장 1-9절을 중심으로 무엇을 설교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기 위한 성서본문연구에 목적을 두고 있다.
본문은 빌립보서에서 무슨 기능을 하는가?
빌립보서가 몇 개의 서신을 편집해 놓은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통일성 있는 한 서신이었다는 전제를 가지고 본다면, 본문(4:1-9)은 4장 1절이 천이 구절이 되면서 명령법이 연속적으로 나열된 권면부분이며, 전서신의 결론의 시작이라 볼 수 있다. 이는 전반부가 주로 직설법(indicative)으로 이루어지고 후반부는 명령법(imperative)으로 주로 이루어져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지는 바울서신의 특징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본 문단은 신학적인 문제를 다루는 부분이 끝나고 이제 결론적인 주의사항, 감사, 인사 등이 포함된 권면부분의 시작이며 또한 그 권면부분 자체의 기능을 하고있다.
본문의 구조와 내용은 무엇인가?
1) 본문의 구조
본문은 모두 9절인데, 첫 절부터 마지막 절까지 명령법으로 이루어져서 본문 전체에 명령법이 무려 아홉 번이나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 1절의 명령법은 천이구절의 역할을 하면서 전체 본문의 주제구절역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절의 "내가 권한다"(parakalw/)는 말도 결국은 부드럽지만 간절하게 표현된 명령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1-9절에 사용된 명령법(2절의 권면을 포함하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절："이와 같이 주안에서 서라"
2절："주안에서 한마음이 되도록 권한다"
3절："저들을 도와라"
4절x2："주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절："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
6절："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라"
7절："너희의 구할 것을 하나님께 아뢰어라"
8절："이것들을 생각하라"
9절："이것들을 행하라"
본 문단은 1-5절과 6-9절로 대별할 수 있는데, 후반부인 6-9절에서 유일하게 명령법이 없는 구절인 7절은 앞 절(6절)의 결과를 묘사한다. "그리하면"이라는 접속사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이는 8절과 9절에 나오는 명령법에 대한 순종으로 주어지는 결과를 묘사하는 9절의 후반부도 동일한 접속사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 9절 후반부도 7절과 동일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내용분석과 원문주해
1절：1절은 앞부분과 뒷부분을 잇는 천이구절이며, 이어 나오는 문단(1-9절)의 주제라고 볼 수 있는 "주안에 서라"는 명령이 들어있다. 접속사 "그러므로"는 앞부분(3:17-21)과의 연관성을, 부사 "이와 같이"는 뒷부분(2-9절)과의 연관성을 시사한다. 사도는 빌립보 교인들을 "나의 사랑하고 사모하는 형제들", "나의 기쁨이요 면류관"이라는 동격을 다섯 번이나 연쇄적으로 사용하면서 개인적인 관계를 강조하고 있으며, 절의 마지막에 또 한번 "사랑하는 자들아"를 반복함으로써 이러한 개인적인 친밀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본 절을 필두로 하여 연속적인 명령법으로 이루어지는 권면부분의 적합한 시작이라 여겨진다.
2-3절：2-3절은 여러 면에서 서로 연결되어있는 두 구절이다. 사도는 2절에서 유오디아와 순두게가 "주안에서", "한 마음을 품을 것"을 권한다. 한 마음을 품는다는 어구는 빌립보에서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는데(1:27; 2:3, 5; 3:15, 19; 4:2, 10), 주님의 주권 하에서 연합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연합이야말로 그리스도인(혹은 사역자)간의 정상적인 관계이다. 유오디아와 순두게에 관하여는 여러 추론들(순두게는 빌립보 간수이고 유오디아는 그의 아내라는 의견, 유대인 그리스도인과 이방인 그리스도인의 상징이라는 견해 등)이 있으나, 3절에서 이들을 인칭 대명사 여성형, 관계대명사 여성형 등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이 둘은 다 여성임이 분명하다. 3절 후반부의 묘사를 보면 이 둘은 바울과 함께 가장 활동적으로 동역했던 여성 사역자들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은 서로의 관계가 모종의 어려움 가운데 있는 것이 분명하다.
3절에서 사도는 제3자(너, 참으로 멍에를 같이한 자")에게 이 여성들을 도우라고 간청하고(또한 너에게 구하노니") 또한 "도우라"고 명한다. 이 3자의 정체에 대하여는 에바브로디도, 디모데, 누가, 실라, 순두게 혹은 유오디아의 남편, 바울의 아내, 빌립보의 감독 등의 여러 추론이 있으나, 단순히 빌립보 교회를 지칭한 것으로 보는 것이 무난하다. 온 교회가 이 두 여성 사역자들을 도와 연합을 이루어 냄으로서 관계회복에 이르도록 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4-5절：4절은 동일한 명령 "기뻐하라"가 두 번씩이나 반복되고, "다시 내가 말할 것이다"는 어구는 이 명령의 중요성을 또 한번 강조한다. 빌립보 교인들은 개인이나 교회 공동체, 내부나 외부의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주안에서", "항상 어떤 경우든"(이 부사의 뜻도 그러하지만 명령형이 현재형으로 되어있어서 이는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하는 명령이다) "기뻐하라"는 권면을 듣는다.
5절 상반절( 너희 관용을 모든 이들에게 알게 하라.")도 명령이기는 하나 4절의 결과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5절 하반절(주께서 가까우시다.")은 4-5절 전체의 이유 혹은 근거를 말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5절의 "관용"이라는 헬라어는 번역하기 참으로 힘든 어휘인데,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타인을 고려하는 친절" 혹은 "여유"이다. 5절 하반절의 "가까우시다"는 어구는 시간적(주의 재림이 가깝다) 혹은 공간적 개념(주님의 임재)일 수도 있고 또한 둘 다를 포함한 개념일 수도 있다.
6-7절：6-7절의 구조를 보면, 6절이 명령문이 있는 조건절이라면 7절은 접속사 "그리하면"으로 연결되면서 그 명령에 대한 순종의 결과를 말하고 있는 결과절로 볼 수 있다. 즉 6절의 명령에 순종할 때 7절의 결과가 빌립보 교인들에게 임할 것임을 권면하고 있는 것이다. 6절에서 사도는 빌립보 교인들에게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라"고 권면한다. 그들이 당하고 있는 환경의 어려움, 교회내의 갈등, 미래에 대한 염려 등 어떤 것도 염려하지 말하는 것이다. 오히려 사도는 그 대안으로서 기도하라고 권면하고 있다(너희의 구할 것을 하나님 앞에 아뢰라"). 그것도 긴 부사구,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감사함으로"를 명령문 앞에 놓음으로써 강조하고 있다.
7절은 기도하라는 명령에 대한 순종의 결과를 묘사하고 있다.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는" "하나님의 평강"(하나님으로부터 오는 평강)이 "기도자의 마음(감정)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철통같이 지켜주시겠다"(이 동사는 원래 "군사들이 보초를 서다"의 뜻이 있는 군사용어였다)는 약속이다.
8-9절：8-9절은 원문에서는 한 문장인데, 각 절에 명령문이 하나씩 포함되어 있다. 이 두 명령문("생각하라", "행하라"두 명령 다 지속적이며 반복적인 의미가 있는 현재명령임)은 조건절의 역할을 하고, 결과문인 9절 하반절("평강의 하나님이 너희와 함께 하실 것이다")에 함께 연결되어있다. 이는 위의 6-7절의 구조와 흡사한 면이 있다. 8-9절의 문장 흐름도를 그려보면 아래의 표와 같다.
우리는 본문에서 무엇을 설교할 수 있는가?(설교구성을 위한 제안)
본문을 토대로 설교를 한다면, 그 제목은 본문 마지막 절(9절)에 나오는 "평강의 하나님"으로 잡으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평강을 누리는 길," 혹은 "지속적인 기쁨의 비결" 등도 괜찮을 것이다. 이 평강이라는 말은 본문에서 두 번씩(7, 9절)이나 나오고 신약성서에서는 요한일서만 제외하고 모든 책에 도합 92번이나 나오고 있는 중요한 기독교 어휘로서, 히브리 인사말 샬롬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하나님은 이 평강의 근원("평강의 하나님"이라는 어구는 롬 15:33; 16:20; 고전 14:33; 고후 13:11; 살전 5:23; 살후 3:16; 히 13:20 등에서도 나오고 있다)이시며, 주님이 주시는 평강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않다고 하였다(요 14:27). 샬롬이라는 말은 원래 관계 용어이지, 심리학적인 용어가 아니다. 즉 인간이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는 경배자로, 이웃과의 관계에서는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partner)로, 피조물/환경과의 관계에서는 청지기로서 있을 때에 진정한 평강을 누릴 수가 있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건(십자가와 부활)은 인간의 죄로 인하여 부수어진 관계를 회복하고자 함에 있었다(골 1:20; 엡 2:14-18; 롬 5:1). 평강은 이렇듯 인간이 하나님, 인간(이웃), 피조물과의 정상적인 관계에 있을 때에 오는 것이며, 거기에 진정한 기쁨이 있는 것이다.
본문에서는 주안에 견고히 서는 일은 어디에서 오는가? 관계의 정상화에서 온다. 그것이 바로 평강의 기본 개념인 것이다. 거기에서 진정한 기쁨이 나오는 것이다. 마음에 평강이 있고 기쁨이 있을 때에 우리는 여유(관용)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내용을 본문의 전반부 1-5절에서 말하고 있다：1) 주안에 서라(하나님과의 관계회복); 2) 같은 마음을 품어라(그리스도인 동료와의 관계회복); 3) 항상(모든 상황에서) 감사하라너희 관용을 모든 이에게 알게 하라(환경 및 비그리스도인과의 관계회복).
또한 본문의 후반부인 6-9절의 가르침 가운데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다음 세 가지를 통하여 평강과 기쁨을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설교될 수 있을 것이다.
1) "염려하지 말고 기도하라"：기도에 대한 구체적인 응답이 이루어지기 전에라도 또한 환경이나 사람은 바뀌지 않았을 지라도, 이미 기도하는 이들의 생각과 감정을 굳세게 지켜주시는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평강이 오히려 가장 위대한 기도의 응답이 아니겠는가?
2) "사고의 틀을 바꿔라"：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사고의 틀을 세상의 도덕률 이상으로 복음의 가르침으로 바꾸어 나갈 때 평강을 누릴 수 있다. 받기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복되다"는 주의 말씀으로 사고가 바뀐 이들의 모습이 고상하고 칭찬 받을 만하여, 이런 이들에게 하나님의 평강이 더해지고 기쁨이 더 많아질 것이다. 하나님으로부터 받을 축복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축복에 대한 의무와 사명을 먼저 생각하는 그리스도인에게 기쁨과 평강이 더해질 것이며, 이들이 믿음직스럽고 동기가 순수하며 세상으로부터도 평판이 좋을 것이다.
3) "이미 알고 있는 주의 가르침을 행하라"：오늘날 우리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더 많은 설교, 간증, 성경공부, 제자훈련, 세미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미 배웠고, 받았고, 들었고, 보았던 것들을 행함으로서 평강의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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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54. 요한복음 의 성만찬 논쟁 | |  52. 신약신학 연구방법론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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