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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티뱅크 파격인사, 31세 젊은 지점장의 10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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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jpg) | 씨티뱅크 파격인사, 31세 젊은 지점장의 100일…
“공부보다 인간성이 더 중요”
“나이는 숫자일 뿐, 노력이 정답”
지난 5월1일 씨티뱅크는 서른한살의 ‘젊은 행원’ 송창민 차장을 서울 방이동 소재 올림픽지점의 지점장으로 발령했다. 이 발령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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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이라는 자리는 보통 13∼15년쯤 해야, 그것도 능력이 입증돼야 오르는 자리인데 입사한 지 6년 4개월밖에 안 된 ‘새파란 젊은이’가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파격은 도기권(45) 현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이 지난 1986년 만 29세에 씨티은행 지점장으로 발탁된 후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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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고 언론에서도 이를 주요 화제로 다뤘다. 주변의 우려는 한 가지였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더구나 15명이 근무하는 올림픽지점에는 그보다 연배가 높은 ‘선배’들이 절반이나 됐다. 의외의 인사가 난 날 본점과 지점에서는 술집으로 직행, 한잔을 걸치는 이들도 꽤 됐다. 본점 한 관계자의 말처럼 “쇼킹한 사건”이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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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쇼킹한 사건이 난 지 1백일이 지났다. 정확하게 1백일에서 며칠 모자란 지난 6일 찾아간 서울 올림픽지점은 여느 씨티은행 지점과 마찬가지로 조용한 바쁨 속에 있었다. 주변에서 우려했던 일은 없는 듯했고, 오히려 실적이 좋아졌다는 본점의 평가를 받고 있었다. 1백일이 못 된 시간에 세간의 의구심을 깨끗하게 잠재우고 있는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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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라고 걱정이 없었겠습니까? 그날의 인사는 제게도 약간 의외였어요. 솔직히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저보다 나이 많은 직원들과의 관계도 그랬고 그동안 주로 기업금융 쪽에 있어서 지점의 개인금융 쪽에는 별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고객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부담이 꽤 무겁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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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굵은 이목구비가 한눈에 들어오는 송창민 지점장은 당시의 고민이 새삼 생각난 듯 “막상 해보니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지점장이 되기 전까지는 앞에 놓여진 업무만 해도 됐지만 지점장은 ‘독립부대’의 리더로서 인적자원을 관리하고 고객을 발굴, 관리해야 했다. 누구보다 시간 활용을 잘 한다고 생각했던 그였지만 시간 쪼개기가 어려울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던 것도 어려움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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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특유의 솔직담백한 친화력과 노력으로 이같은 장애물을 극복하고 있었다. 사실 이 두 가지는 그가 본점에서도 인정받았던 ‘능력’이었다. 그는 무슨 일이 생기면 솔선수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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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친화력도 그만의 ‘무기’였다. 제주 출신으로 제주 남초등학교 때 학교 야구 대표선수를 지냈던 그는 못하는 운동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 시절에 이미 스노보드 강사 자격증과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따놨을 정도. 고등학교(제주 제일고) 때부터 시작한 음악은 연세대 지질학과 시절 과 동기인 가수 박진영과 친한 친구 관계를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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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실력이 수준급인 그는 “‘공부보다 인간성이 더 중요하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따랐을 뿐”이라며 “이런 것들이 대인관계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본점 시절 동호회 행사의 단골 멤버였던 그는 주량도 세다. 소주 2병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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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을 가본 적이 없는 그는 영어도 일을 하면서 배웠다. 비결이 있다면 ‘거리낌 없이 접근하기’. 외국인들에게 “술 한잔 하자” “가장 한국적인 밥을 사주겠다”며 접근했고, 말도 안 되는 영어로 말한 다음 정확한 표현이 어떤 것인지 직접 배웠다. 일에서도 그는 모르면 묻는 ‘특기’를 발휘했다. 그에겐 주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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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누구를 만나도 제 이야기를 먼저 합니다. 어린 시절 추억도 좋고 일 얘기도 좋아요. 하다 보면 상대방과 공유할 수 있는 어떤 접점이 생기죠. 그럼 그 이야기에 집중하는 겁니다. 그러면 상대방도 한 마디쯤 하게 되는데 그게 시작이죠. 제가 먼저 오픈하면 상대방도 마음을 열어주거든요. 다른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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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지점에 부임해서도 이같은 친화력은 빛을 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월요일 아침마다 열리는 회의 시간. 그는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주말에 뭘 했는지 시시콜콜 말해준다. 시덥잖은 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분위기를 띄워 ‘월요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지만,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해지고 직원들의 컨디션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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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즐겁게 보냈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약간 어려운 일을 맡겨도 잘 해냅니다. 컨디션이 최상이거든요. 반면에 주말을 효과적으로 보내지 못한 이들에게는 강도가 좀 약한 일을 맡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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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지점 내 안살림을 맡고 있는 강지원(34) 차장에게는 ‘엄마’라는 호칭을 붙였다. 친근함이 묻어나는 역할 부여하기인 셈. 이에 대해 강차장은 “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며 “활기가 전염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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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화력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엄청나게 노력하는 노력파이다. 너무 열심이어서 직원들이 “제발 쉬라”고 말할 정도다. 그럴듯한 말이 아니다. 그가 하루에 취하는 수면시간은 4∼5시간밖에 안 된다. 입행 후 지켜온 철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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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보다 잠이 많은 그였지만 “어느 순간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후 들인 습관”이다. 그가 본점에서 올린 소비자 금융 부문 아시아·태평양 1위, 기업금융 부문 세계 3위는 그냥 이뤄진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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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집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도 그냥 먹지 않아요. 제가 자취생활 14년째인데 김치에 대충 밥 얹어 먹어본 적이 없어요. 혼자 먹어도 밥상을 제대로 차려서 먹죠. 디저트도 빼놓지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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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충대충 하는 것에 대해 “결국은 다 게을러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은 쪼개면 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정신력의 문제이고 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프로는 달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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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데도 그만의 비결이 있다. 의자에 앉아 10여분씩 조는 것은 흔한 일이고, 좀 견디기 힘들다 싶으면 화장실에 앉아 면벽을 하듯 10∼20여분을 보낸다. 이 ‘화장실 수면’은 직원들도 모르는 일. 본점에 있을 때는 점심시간에 햄버거 하나 해치운 다음 단골 미용실에 머리를 맡기고 20여분간의 단잠에 빠져들곤 했다. 마치 나폴레옹이 말등에 앉아 졸았던 것처럼 말이다.
리더는 짐을 하나 더 진 사람
그의 이런 노력과 친화력은 또다른 자산으로 쌓이고 있다. 얼마 전 그의 휴대폰에 등록된 인물이 1천여명을 넘어섰고 새로 정리한 노트 크기의 명함첩도 열개가 넘는다. ‘정리된 유효한 명함’만 3천여장에 이르는 거대한 양이다. 덕분에 얼마 전부터 시작한 지점의 행사와 이벤트도 돈 들여 하는 일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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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열권이 넘는 명함첩 중 세권은 ‘문화·레저용’이라는 것. 여기에는 그가 지금까지 다녔던 전국의 맛있는 음식점, 분위기 좋은 카페, 괜찮은 콘도 명함이 가득하다. 운동과 여행을 좋아하고 맛있는 곳에 이끌리는 그의 성향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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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여러 변화를 주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 1백일 동안 고객의 옆으로 다가가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준비해 왔다. 와인과 메이크업 강좌, 그리고 갤러리 투어 같은 고객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행사와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고객의 삶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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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도 좋다. 지난 12년 동안 씨티뱅크와 거래를 해왔다는 한 고객은 갤러리 투어를 한 후 “내 생일보다 더 즐겁고 행복한 경험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 말을 취임 이후 가장 보람을 느꼈던 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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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그 고객은 그 뒤 앞장서서 자신의 지인과 친구들을 은행으로 데리고 왔다. 서비스 품질도 대폭 높이고 있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자료도 애매모호한 추측이 아닌 구체적인 데이터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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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그가 부임한 이후 올림픽지점의 실적 곡선은 점점 경사도가 높아지고 있다.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상승 폭은 매달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연말 정도면 새로운 스타일의 마케팅이 탄생할 것”이라는 말에도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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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이라서 버겁지 않느냐”는 여러 번에 걸친 질문에 “재미있고 즐겁다”고 답하던 그는 마지막에 “리더도 조직원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짐을 하나 더 지면서도 모범이 돼야 하는 사람이 아닐까 한다”고 나름대로 그동안 생각한 바를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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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하루종일 문을 열어두고 있는 것도, 조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뒷말’이라는 바이러스가 생겨나지 않도록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 보여줘야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그에게 나이는 숫자일 뿐이었다.
송창민 지점장의 3대 생활원칙
1. 기본에 충실한다. 모든 것은 기본의 유무에서 시작한다.
2. 선악(善惡)이 개오사(皆吾師)이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다 스승이다. 모르는 게 있으면 상대를 가리지 말고 배워야 한다.
3. 나는 행운아다. 그저 기다리는 행운아이기보다는 노력하는 행운아. 늘 주위에 감사하고, 나 자신도 주위에 행운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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