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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기도와 나
오 창 학 (신촌교회 담임목사)
성경을 영의 양식이라고 하며 기도를 호흡이라고 흔히들 말하고 있다. 호흡이란 곧 생명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사망했다고 진단을 내리는 것은 호흡이 멎었을 때이다. 이런 관계에서 볼 때, 기도와 신자와의 관계가 어떠한 것인가 하는 것은 재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신자가 기도 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그의 영은 시들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런고로 우리들 신자들에게 있어서 성경과 기도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성경을 열심히 읽고 기도를 열심히 하고, 기도를 열심히 하고 성경을 열심히 읽을 때 비로소 영적인 활성화를 낳게 된다.
우리 주님께서도 언제나 기도로써 큰 역사를 이룩하셨던 것이다. 즉 공생애의 시작이었던 광야에서의 40일간의 식음을 전폐한 기도를 위시하여 모든 이적 기사를 나타내시기에 앞서서 으레 기도가 우선하셨던 것이다. 십자가를 앞에 놓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름을 짜듯이 온 맘을 지새우시면서 피땀 흘리며 기도하신 것이라든지 최후의 십자가 상에서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께 부탁하나이다”라고 하는 순간까지 주님은 기도로 일관하셨던 것이니, 곧 예수님의 인생은 기도로 시작하셨고 기도로 진행하셨고 기도로 마치셨던 것이다.
예수님의 구속 사업에서 기도가 없었더라면 구세주로서의 업적을 남길 수가 없었을 것이다.
예수님의 일상생활을 가장 구체적으로 기록한 곳이 마가복음 1:35-39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서 읽을 수 잇듯이 예수님께서는 새벽 오히려 미명에 일어나셔서 새벽기도를 드림으로써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친히 모본을 보여 주신 새벽기도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고로 새벽기도의 창시자는 바로 예수님인 것이다. 새벽기도 후에 이 마을 저 마을에 다니시면서도 전도도 하시고 귀신도 내어쫓으셨던 것이다. 그는 결코 기도보다 앞서지 아니하셨던 것이다.
이상과 같이 예수님의 새벽기도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새벽기도와 나’에 대하여 몇 자 적어 보고자 한다.
제목이 보여주듯이 문자 그대로 새벽기도와 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어느 목회자나 새벽기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분이 없겠지만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내 나이 금년에 쉰 여덟이 되었는데, 중학교 3학년 때인 열 여섯 살부터 오늘날까지 내가 41년간을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실천하는 것으로서 요즘 젊은 학생들의 유행어처럼 이 두 가지가 없으면 나는 시체인 것이다. 그래서 새벽기도와 나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하는 것은 결코 과언이 아니다.
부산 피난 시절에 어머니 권일도 권사님에게 이끌려 새벽마다 영노교회에 나아가 기도했던 것이 오늘의 나를 낳게 하였다. 나는 누구보다도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청소년 시절은 아무리 자도 수명이 모자랄 때이지만 새벽마다 어머니가 나를 일깨워서 어떤 때는 반강제로 끌고 나가다시피 하셨던 것이다.
이렇게 어머니께서는 나에게 새벽기도의 훈련을 쌓도록 하셨다. 어머니, 어머니, 나의 어머니, 당신은 나에게 있어서 믿음과 기도를 심어 주신 위대한 스승님이시라오.
내일 새벽기도의 시간까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새벽까지는 새벽기도회에 나아가기 시작해서 단 하루도 빠져 본 기억이 없다. 물론 수술을 하고 병원에 입원을 해서 며칠간 교회에 나가지 못한 때라든가 군대생활을 하면서 전방근무를 할 때라든가 하는 부득이한 날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럴 때도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새벽기도의 유산에 의해서 내가 처해 있는 그 사건과 그 공간 속에서 새벽기도의 시간을 예외 없이 가졌다. 신학교 시절 기숙사 생활을 할 때에도 채플(Chapel)에 나아가서 내 자리(?)를 정해 놓고서 예외 없이 실시했다.
내가 너무 바리새인 적이고 율법적인 독선과 편견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내가 신학교를 다닐 그 때나 지금이나 평생토록 주님이 가신 길을 걸으면서 목회를 하겠다고 신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중 새벽기도를 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이 있음을 본다. 각자 합리적인 이유와 구실을 대겠으나 신학생 시절에 기도의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목회 일선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후배 신학생들에게 간곡히 권면하는 것은 지적인 훈련만 쌓지 말고 기도를 통한 특히 조용한 시간, 정신이 가장 맑은 시간의 새벽기도를 통한 영적인 훈련도 병행하라는 것이다. “경건과 학문”이란 말이 하나의 표어로 끝나 버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14 목회 단상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 대학시절, 전방에서의 군대 생활을 할 때인 초급장교 시절 그리고 신학교 시절, 이렇게 이어지면서 새벽기도는 나에게 있어서는 필수적인 것이었다. 판에 박은 습관이요, 형식이요, 율법적이요, 바리새인적이라고 조소를 하고 누가 뭐래도 나에게는 상관이 없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더 없이 신령한 훈련이요, 영력이 소생하는 원천이다. 이제 목회자가 되어서 새벽기도가 별로 힘이 들지 않는다. 매일 아침에 조반식사를 하는 것이 힘이 안 드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바쁜 도회지 목회에 있어서 조용한 새벽기도의 시간이 없다면 주님과 나와의 영적 교제의 시간은 다시 찾을 길이 없는 것이다. 피곤하다, 바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새벽기도를 기피한다면 적어도 이것은 주님 앞에서는 핑계의 구석이 되지를 못한다. 아무리 피곤하고 바쁘더라도 우리 주님에게 비할쏘냐? 그토록이나 바쁘고 피곤한 중에서도 우리 주님은 새벽기도를 게을리 하지 않으셨다.
기도라는 자체가 목회에 있어서 꾸준히 하루도 빠지지 않고서 새벽기도를 할 수 있다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무슨 기도원엘 간다던가 산속엘 간다던가 이상한 장소에 간다던가 하는 것이 나에게는 별로 필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나 자신도 금식기도를 해 보았고 심산유곡의 어떤 기도원에 가서 기도를 드려 본 경험이 몇 번 있으나 그것보다는 평소에 목회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한결같이 즉 시종여일하게 섬기는 제단에서 새벽기도의 시간을 착실히 갖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평소에 꾸준히 식사를 거르지 않고서 제때 제때에 잘 한다면 건강이 좋은 것이나 마찬가지의 원리이기도 한 것이다. 갑자기 별미라고 해서 호텔의 뷔페나 어떤 음식을 과식한다면 오히려 위에 부담을 가져오고 소화불량에 걸릴 수가 있는 것이다.
‘새벽기도와 나’에게 있어서 잊을 수 없는 것 몇 가지를 옮겨본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새벽기도에 나가서 몇 년 동안은 목사님께서 새벽기도 시에 성경교독 후 강해하는 것을 빠지지 않고서 노트에다가 받아 적었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신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이미 성경을 수십번 읽었다. 사실 요즘 신학교에 지망하는 목사 후보생들 중에서는 신구약성경을 한번도 제대로 읽지 않고서 입학하려는 학생들도 있다는 데 안타까운 노릇이다. 나의 경우 신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수십번 읽은 성경도 대부분 교회에서 새벽 기도회에 나가서 기도 후 교회에 나가서 읽은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내가 잊을 수 없었고 오늘날 나에게 크게 도움이 되는 것 한가지는 대학 1학년 때인데 새벽 기도회를 마치고 교인들이 다 돌아가면 나혼자 남아서 교회당이 시끄러울 정도로 매일 몇장씩 영어 성경(King James Version)을 큰 소리로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한 장도 빼어놓지 않고서 읽었던 기억이다. 그 때의 일이 내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새벽기도와 나에게 있어서 정말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있다. 내가 30대에 목사가 되어서 강원도 탄광 지대인 지금의 태백시의 황지교회에서 6년간 목회를 한 적이 있다.
한번은 아내가 둘째 아들 녀석을 낳고서 얼마 후 몸조리도 할 겸 서울 상도동 친정에 가서 며칠을 있을 때인데 내가 자취를 하면서 교회 일을 보아야 했었다.
하룻밤에는 연탄을 갈아넣고서 책을 좀 읽다가 슬그머니 잠이 들었다. 나는 그때 황지교회에 부임하고 나서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하루도 빼어놓지 않고서 새벽기도회를 인도하였다. 심지어 두주간 금식기도를 할 때도 새벽기도회나 심방이나 강단을 지키는 일을 거르지 아니했다.
그런데 연탄불을 갈아넣고서 책을 보다가 슬그머니 잠이 든 그 이튿날은 새벽기도회 시간에 교회에 나타나지를 못했다. 새벽기도회에 나온 교인들이 내가 나타나지 않으니까 그냥 찬송 몇 장을 부르고 자유로이 기도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때 사찰 집사님과 성도 몇 분이 아무래도 이상한 예감이 들어서 교회 사택의 담을 넘어 들어와 잠긴 문을 열고서 들어왔다.
그런데 그때 나는 연탄가스에 중독이 되어서 뻗어 있었다. 물론 나는 그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몇 시간 후 병원의 산소호흡실에서 눈을 뜨고서야 그 상황을 알았다. 그때 그분들의 말이 전에 계시던 목사님은 가끔 피곤하시면 새벽기도회에 빠지시곤 하셨는데 나는 그런 일이 없었기에 아무래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고 하면서, 들어와 봤더니 그런 상황이었다는 얘기였다.
만일 그때 나도 가끔씩 새벽기도도 빼어 먹고 적당히 했더라면 그분들도 ‘아, 우리 목사님께서 오늘 피곤하셔서 못 나오셨으니까 푹 주무시도록 둬두자고 했을 것이고 나는 영 깨어나지 못하고서 오늘의 이 글을 쓸 수도 없었고 이미 이 세상과 내가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목회 단상 15
그러니 새벽기도를 사람에 비유한다면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 새벽기도 때문에 생명의 연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주님 앞에 갈 때까지 나의 육체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한 이 새벽기도를 하루도 빼어 놓지 않고 계속할 것이다. 나보다 더 열심히 새벽기도를 드리는 선후배 목회자들이 얼마든지 계시는데 공연히 쓸데없는 넋두리만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 같아서 송구스러움을 금할 수가 없다.
지금도 나는 어떤 목적한 바가 있으면 이루어질 때까지 그 목표를 놓고서 새벽기도회에서 간곡히 간구하면 때가 되어 꼭꼭 이루어지는 체험을 너무나 많이 하곤 한다.
“구하라, 찾으라, 두르리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그 이면에 성취의 약속도 보장되어 있는 것으로서 한마디로 기도하려는 것이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고 하신 사도 바울의 말씀은 기도가 우리에게 생활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야고보 사도는 너희가 얻지 못함은 정욕에 쓰려고 잘못 구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예레미야 33:3에는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비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고 하였던 것이다.
그렇다! 기도는 반드시 응답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불멸의 진리다. “오냐(Yes), 안돼(No), 기다려라(Wait for), 다른 것으로(Other)”가 곧 그 기도의 응답인 것이다. 우리는 종종 “예스”만이 응답인 줄 아는데, 다른 것도 응답인 것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놓고 볼 때 기도해서 응답이 안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문제는 우리가 기도를 하지 않는다는 데 있는 것이다. 당대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후세대에 가서도 꼭 이루어지는 것이 기도인 것이다.
나는 성경구절 중에서 빌립보서 4:13인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고 하는 말씀과 로마서 8:28인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고 하는 말씀을 가장 좋아한다. 모든 것을 이 두 성경구절에다가 연관시키니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없고 못할 일도 없다는 것을 기도 중에 체험하고 한다. 참으로 감격스러운 말씀들이며 나에게 힘과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라는 소리를 많이 했으나 내가 잘나서 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나의 솔직한 고백이다. 하나님께서는 나의 어머니를 통하여서 일찍부터 새벽기도와 훈련을 시켜 주시었고 주님께서 나를 사랑해서 이런 일을 친히 간구하시며, 나의 마음을 감찰하시는 이가 성령의 생각을 아셔서 그 성령이 하나님의 뜻대로 나를 위해 간구해주시기 때문에 새벽기도와 내가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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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188. 금식과 기도의 응답 | |  185. 기도의 다섯요소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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