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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님의 장례식
무대엔 을이 쭈그리고 앉아 상자를 흰종이로 포장하고 있다. 그때 을의 위로 갑이 등장하여 두리번 거리다가 을을 발견하고는 그에게로 다가가 을의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을 :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하던 일에 열중하며) 무얼 찾으러 오셨소.
갑 : (흠짓 놀라며)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을 : (여전히 하던 일을 계속하며) 아무것도 아닌데 왜 내가 하는 일을 그렇게 빤히 바라보고 있소.
갑 : 그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이 무엇이길래 그렇게 소중히 감싸고 있는 것입니까?
을 : 그것이 궁금한게로군
갑 : 예, 그렇습니다.
을 : (그제서야 갑을 바라보며) 이것은 하나님의 유골이오.
갑 : (몹시 놀라며) 하나님의 유골이라고요?
을 : 그렇소. 하나님의 유골이오.
갑 : 하나님은 살아계셨고 지금도 살아계시고 또 앞으로도 영원히 살아계실 분이라고 알고 있는데... 하나님이 돌아가셨다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말도 안됩니다.
을 : 아닙니다. 하나님은 돌아가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보다보다 못해 슬퍼하시고 몇 날 몇 일을, 아니 수백년 동안을 눈물을 흘리시며 괴로와 하시다가 마침내 돌아가셨습니다. 하나님은 살아계시는 동안 너무나 많은 것을 인간들에게 기대하셨다고 말씀하시면서 다시는 인간들을 보지 않으시겠다고 하셨소.
갑 : 그럼 내가 이제 까지 기도를 하고 찬양을 한 것은 누구에게 했던 것입니까? 그리고 또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찬양할 일도 없으면 더군다나 기도도 할 수 없단 말입니까?
을 : 모두가 쓸모 없는 일들이지요.
갑 : 그러면 무슨 보람으로 살겠습니까?
을 : 당신은 그렇게 말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갑 : 그렇지...않다니요?
을 : 당신은 이제까지 하나님을 알고 있다고 하면서도 하나님이 당신의 곁에서 함께 계신 줄 모르고 살아 온 것이지요. 항상 당신의 곁엔 하나님이 함께 계셨다는 것을 모르셨습니까?
갑 : 항상이란 말은 틀렸습니다.
을 : 그러면?
갑 : 그냥......시시때때로......
을 : 그래요(한숨을 내쉬며) 그래서 하나님이 돌아가셨는지도 모르죠. 당신은 하나님이 필요할 때만 기도했고 하나님이 필요할 때만 찬양을 했던 거죠.
갑 : 하나님은 내 손수건이나 마찬가지였소. 하나님은 항상 내 주머니 속에 들어 있었습니다. 내가 어디를 가든지 습관처럼, 주머니 속에 손수건이 들어 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을 : 주머니에 항상 있었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지쳐서 피곤하여 얼굴에 땀이 흐를 때, 좌절하고 포기하여 당신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를 때, 어두운 밤길을 걷다가 넘어져서 피가 날때, 당신은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고 눈물을 닦고 피를 닦았습니다.
갑 : 하나님은 내게 꼭 필요한 분이었으니까요.
을 : 하지만 그 후로 어떻게 하셨습니까? 그 손수건을 아무렇게나 구겨서 주머니 속에 쳐박지 않았었습니까? 결국 하나님은 당신의 주머니 속에서 울며울며 기다리시다가 돌아가신 것입니다.
갑 : 그렇다면 결국 하나님은 내가 죽게 했단 말입니까?
을 : 그러니까 앞으로 하나님이 안계시다고 기도할 수 없다며 고민하실 것까진 없다는 얘기입니다. 평소에도 그래 왔으니까요. 당신은 당신의 하나님이 돌아가신 줄도 모르고 기도를 했고 찬양을 했습니다. 그것도 당신이 아쉬울 때만....
갑 : 왜 내게 진작에 일러 주시지 않았습니까?
을 : 당신이 이제야 날 찾아 왔으니까요.
갑 : 그건 말도 안됩니다.
을 : 하나님은 몹시도 애타게 기다리셨습니다.
갑 : 나도 하나님이 그렇게도 날 기다리고 계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진작에 하나님 곁으로 가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그렇게 내 맘대로 되는 게 있어야죠. 세상을 살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돈을 벌려면 세상속에 푹 빠져서 살아야 하고 그러다 보니 진리도 믿음도 모두 다 내 기억 속에선 사라져 버렸죠. 하나님의 말씀이 그리운 적도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성경책을 들여다 보기도 했죠. 그 속엔 사랑의 진리와 천국의 약속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덮어버리곤 했답니다. 바쁘기 때문이지요.
을 : 하나님은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사는지도 모르고 뛰어다니는 사람들에겐 늘 귓가에 말씀하셨죠.
갑 : 내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을 : 당신은 그 소리를 들으셨습니까?
갑 : 들었지요. 듣긴했지만......
을 : 역시 바빠서 귀 기울이지 못했었군요.
갑 : 한가해지면 얼마든지 들으려고 했었습니다.
을 : 한가해지면 듣겠다고요?
갑 : 내가 맘놓고 기도하고 찬양할 때가 되면 하나님을 아예 우리집에 쭉 살게 하면서 우리와 함께 있자고 할려고 했었어요.
을 : 하나님을 당신의 손수건으로 생각하셨었군요.
갑 : 이 세상 모든 것은 소모품입니다. 그리고 필요에 의해서만 존재하는 것이지요.
을 : 하나님도 당신은 눈에는 소모품으로 보였고 당신이 필요할때만 애타게 찾는 그런 분이셨단 말입니까?
갑 : 이제까지는 그래 왔었지만 이제부터는 그러지 않으려고 했었습니다. 정말입니다.
을 : 하나님은 돌아가셨습니다. 당신의 마음이 어떠하였던 간에 하나님은 이제 돌아가셨습니다. 당신의 발길을 애타게 기다리시다가......
갑 : 그렇게 쉽게 돌아가실 분이라면 내가 진작에 당신을 만났을 것을
을 : 당신은 앞으로 어디로 가실 것입니까?
갑 : 이젠 갈데가 없습니다.
을 : 어디서 오시는 길입니까?
갑 : 난 여기까지 오는데 몹시도 바쁘게 왔습니다. 옆도 안보고 뒤는 더군다나 보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을 : 여기가 어딘지 아십니까?
갑 : 모릅니다.
을 : 당신은 오늘 이 시간까지 여길 향해서 달려 온 것입니다.
갑 : 여기가... 어딥니까?
을 : 하나님의 장례식장이지요. 당신은 하나님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당신 말대로 바쁘게 뒤도 안 돌아보고 살아온 것입니다.
갑 : 결국은 내가 이럴려고 살아 왔는가? 문상객이 되기 위해 살아왔는가? 이제까지 날 애타게 기다리다가 돌아가신 하나님의 유해 앞에서 머리를 조아려 흐느끼며 문상을 하기 위해서 난 그렇게 덧 없이 살아 왔단 말입니까?(고개를 떨군 채 흐느낀다.)
을 : 고개를 드십시오.
갑 : 난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합니까?
을 : 당신 맘대로 뛰어 왔던 길, 이제 또다시 당신 맘대로 뛰어 가겠지요. 옆도 안 보고 뒤도 안 돌아보고 말입니다.
갑 : 이젠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을 : 이제까지 당신은 아무런 의미없는 생활을 하셨던 거지요.
(상자를 들고 일어서며)자 가십시다.
갑 :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을 : 흐르는 강물에 뿌려야지요. 당신이 직접 뿌리셔야 합니다.
갑 : 하나님은 정말 돌아가셨습니까?
을 : 하나님은 돌아가셨습니다.
갑 : 부탁입니다. 하나님의 모습을 보게 해 주십시요
을 : 이건 시신이 아니라, 유해일 뿐입니다.
갑 : 유해라도 부탁합니다.
을 : 그건 당신께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갑 : 내 눈물을 섞고 싶습니다.
을 : 이제 와서 흘리는 눈물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갑 : 몹시 후회하고 있는 겁니다.
을 : ........
갑 : 부탁입니다.
을 : 좋습니다. 당신이 직접 뚜껑을 열고 들여다 보십시오.
갑 : 정말 이 속에 하나님의 유해가 들어 있는 것입니까?
을 : 들여다 보십시오.
갑 : (상자의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여다 본다. 그리고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
을 :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갑 : 이것이 하나님의 유골입니까?
을 : 그렇습니다.
갑 : (상자 안에서 거울을 꺼내 보이며)이건 거울 아닙니까?
을 : 그 거울을 들여다 보십시오.
갑 : (거울을 가만히 들여다 본다)
을 : 그 모습이 바로 돌아가신 하나님의 모습입니다.
갑 : 거울 속엔 내 얼굴만이 보이는데요? 내 얼굴 밖에 보이는 게 없습니다.
을 : 그 거울 속에 들여다 보이는 것은 돌아가신 하나님의 모습입니다.
갑 : (자신의 얼굴의 만지며) 난 살아있습니다. 분명 살아 있습니다.
을 : 당신의 모습은 죽은 것에 불과합니다.
갑 : 그럴리가......
을 : 살았다고 느껴왔던 당신,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당신, 무엇 때문에 살아온 지도 모르는 당신은 죽은 당신입니다.
갑 : 난 살아 있습니다.
을 :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죽어있는 당신입니다.
갑 : 내가 살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을 : 살아 있는 육신에 당신의 영혼까지 살아 있었다면 여기에 왜 왔는지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갑 : 살고 싶습니다.
을 : 하나님을 만나십시오.
갑 : 하나님은 돌아가셨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을 : 당신의 마음 속에 항상 있다던 하나님을, 진정 당신의 생활속에 모시면 당신은 사는 것입니다.
갑 : 그런 생각은 당신이 말하지 않았어도 전부터 생각해 왔습니다.
을 : 생각을 실천으로만 옮기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갑 : 내겐 생활이란게 있습니다.
을 : 그 생활 속에 하나님을 초청하십시오.
갑 : 하나님과 생활은 동질성이 애당초 없습니다.
을 : 그렇게 생각하시면 영원히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갑 : 내게 좀더 현실적인 하나님을 만나게 해 주십시오.
을 : 하나님은 당신의 하나님입니다.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십시오.
갑 : 나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믿음과 확신의 기도를 하지 못했습니다.
을 : 믿음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 나아가는 사람은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과 하나님은 그를 찾는 사람들에게 상을 주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그렇게 오직 믿음으로 기도하는 사람에게 기적을 베푸시는 것입니다.
갑 :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더구나 요즘 같은 세상엔......
을 : 믿음이란 지금은 비록 현실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곧 현실로 이루어질 것을 바라보는 것을 말합니다. 오직 믿음으로 구하시고 조금도 의심하지 마십시오.
갑 : 내가 앞으로 달려가야 할 곳, 그곳을 하나님께로 정하겠습니다. 내가 필요할 때만 내 마음에 모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내 생활 전부를 그분께 모두 맡기겠습니다.
을 : 지금 마음이 어떻습니까?
갑 : 조금 전까지 슬퍼했던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금방이라도 누굴 만날 것 같은 마음입니다.
을 : 당신이 들고 있는 그 거울을 들여다 보십시오.
갑 : 여전히 내 얼굴뿐입니다.
을 : 자세히 들여다 보십시오. 당신의 얼굴을 말입니다.
갑 : 웃고 있습니다.
을 : 당신이 웃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살아계셔서 웃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당신, 현실 속의 하나님이......
갑 : 하나님은......
을 : 지금 이 시간에 살아계십니다.
갑 : 내 마음에......
을 : 당신의 생활속에......
갑 : 난 이제야 진정한 하나님과 나의 모습을 찾았습니다. 그 동안 애타게 찾아왔던 그 모든 것을 찾았습니다. 나를 바라볼 수 있게 한 분...... 그분은 바로 내 가슴속에 항상 계시던 하나님이십니다. 그것도 모르고 난 이제까지 멀리서 찾으려고 했었습니다. 이제 하나님은 나의 주인이십니다.
을 : 하나님의 장례식은 모두 끝이 났습니다.
(둘은 서로 손을 마주 잡는다.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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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76. 10분 모노드라마 | |  74. 우리에게 오신 예수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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